인생은 평생 공부다/윤동주 시 해석

비둘기 - 윤동주 해설, 가족 생각, 일상 생각, 나라 생각

한이 HanE 2022. 8. 2. 16:42
반응형

비둘기 - 윤동주 해설, 한이
윤동주 <비둘기>,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더클래식 p.108


비둘기
          윤동주

안아보고 싶게 귀여운
산비둘기 일곱 마리
하늘 끝까지 보일 듯이 맑은 공일날* 아침에
벼를 거두어 빤빤한* 논에
앞을 다투어 모이를 주우며
어려운 이야기를 주고 받으오

날씬한 두 나래*로 조용한 공기를 흔들어
두 마리가 나오
집에 새끼 생각이 나는 모양이오.

1936.3


*공일날 = 공일, 일주일 중 일요일
*빤빤한 = 구김살이나 울퉁불퉁한 데가 없이 고르고 반듯하다. '반반하다'보다 센 느낌을 준다
*나래 = 날개


첫 번째 가설, 가족 생각

 

(1연 - 1,2줄)
안아보고 싶게 귀여운
산비둘기 일곱 마리

 

 이 시를 읽으면서 '산비둘기 일곱 마리'는 누구를 뜻하는 것일까, 그 의문부터 들었다. 윤동주 시인이라면 동시도 지었기 때문에 정말 산비둘기를 보면서 지은 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산비둘기를 보고 단순히 지은 거 같진 않다. 왜냐하면 앞에 '안아보고 싶게 귀여운'이라는 표현이 있기 때문이다. 요새는 귀엽다는 표현을 어르신들께도 쓰고, 윗사람에게도 쓰고, 동물에게도 쓴다. 하지만 옛날에는 부모가 자식에게, 어른이 아이에게, 윗형제가 아랫형제에게 쓰는 표현이었을 것이다.

 

 윤동주 시인은 요절한 남매를 포함해서 일곱 명이었다. 그래서 산비둘기 일곱 마리라고 표현했을까 싶었지만, 2연을 보니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2연 -2,3줄)
두 마리가 나오
집에 새끼 생각이 나는 모양이오.

 

 이 부분을 읽고 저 세상을 먼저 떠난 누이들 말하는 것일까 싶었다. 그러나 남동생도 일찍 요절했기 때문에 뭔가 수가 맞지 않았다. 그래서 바로 뒷 문장에 집중해 보기로 했다. "집에 있는 새끼 생각이 나는 모양". 집에 새끼를 생각하는 사람이 누구인가? 바로 부모다.


 뒷부분에 나오는 '두 마리가 나오/집에 새끼 생각이 나는 모양이오'를 보고, 부모가 자식 생각나서 자리를 먼저 떴다는 것으로 나는 해석했다. 그렇다면 윤동주가 가족 이야기를 하는 것일까?

 

 

두 번째 가설, 일(벼농사) 생각 = 일상

 

(1연 - 3-6줄)
하늘 끝까지 보일 듯이 맑은 공일날* 아침에
벼를 거두어 빤빤한* 논에
앞을 다투어 모이를 주우며
어려운 이야기를 주고 받으오

 


'하늘 끝까지 보일 듯이 맑은'은 가을을 뜻하는 구절이고, 공일 일요일을 말한다. 즉, 하늘이 맑은 일요일 아침부터 논에 가서 벼를 거두어 논이 평평해졌다. 주식인 벼를 모으면서 어른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이야기가 복잡하고 어렵다. 아마 각 가정마다의 사정들과 국가의 상황 등과 같은 이야기를 어려운 이야기라 하지 않았을까.

 

 윤동주 가정은 유복한 기독교 집안이었다. 그 이유는 명동촌에서 벼농사를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일꾼이 필요할 것이다. 산비둘기 일곱 마리는 일꾼 7명이다. 하지만 엄마, 아빠 또한 그 자리에서 함께 일을 했을 확률이 높다. 그러면 실제 일꾼은 5명이고, 엄마와 아빠를 포함해서 총 7명이다.

 

(2연 - 1줄)
날씬한 두 나래로 조용한 공기를 흔들어

 


 그러다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 몸이 날씬한 두 사람이 먼저 자리를 떴다. 그 두 사람이 바로 자신의 엄마, 아빠인데 자식들이 걱정되어 먼저 자리를 떠서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1936년만 해도, 윤동주의 막냇동생  윤광주는 만 3세였기 때문이다.

 

세 번째 가설, 나라 생각

 

세 번째로는 윤동주에게 빠질 수 없는 '나라를 빼앗긴 슬픔'을 시로 썼을 수도 있다. 평화로운 하늘과는 다르게, 식량도 앞다투어 모아서 독립을 위한 이야기(어려운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다들 제대로 먹지 못해 앙상하거나 말랐으며, 대한독립을 위해 조용한 일렁임을 일고 있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윤동주 자신이 지금 밟고 있는 땅이 대한이 아니라, 중국이기 때문이다.

윤동주 가족은 1910~1920년대 중국 북간도 일대의 대표적인 한인 촌락, 명동촌에서 살았었다. 그곳의 이름이 원래 '비둘기 바위'라는 뜻을 지녔다고 한다. 하지만 김약연 등이 이곳을 '동방, 곧 한반도를 밝히는 곳'으로 만들고자 하여 '명동촌'으로 바꾸었다. 독립을 하고자 하는 불굴의 의지로 '인재를 기르는 곳'을 만들자고 하여, 한인의 문화교육운동 중심지였다.

그랬기에, 윤동주는 조선(대한)을 생각하는 부모님 시대의 사람들을 보고 자식들만이 아니라 먼 미래의 후손들까지 생각하는 마음으로 '집에 새끼가 생각이 나는 모양이오'라고 덧붙였을 수도 있다.



해설집 없이 세 가지 가설을 세워 해석했다.

윤동주 시를 읽으면 읽을수록, 해석하면 해설할수록, 가족 사랑과 일상을 살아가는데 보이고 들리는 모든 것을 사랑한다는 것과 나라에 대한 사랑이 깊게 느껴진다.

그가 그토록 꿈을 꾸던 대한독립은, 올해로 광복 제77주년이 되었다.

 

 


-이미지 편집 : 미리캔버스

-사용한 글꼴 : 수성바탕체

+2023.11.23 글꼴 크기 및 글꼴 변경, 내용 추가 수정함.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