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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것마다 잘되는 비결은? 손예진

  • 기자명 김수정 TV리포트 기자
  • 입력 2018.10.03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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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예진처럼 굴곡 없는 연예인 생활을 해온 이가 있을까. 그 흔한 스캔들도, 논란도, 흥행참패 한 번 없이 데뷔 이후 단단하게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손예진. 원동력은 다름 아닌 연기력이다. 장르 불문, 캐릭터 불문 손예진이 연기하면 시나리오 그 이상의 작품이 탄생한다.

드라마 <여름향기>, 영화 <클래식>의 청순가련한 이미지부터 드라마 <연애시대>, 영화 <외출> <아내가 결혼했다> <비밀은 없다> 속 넓은 진폭의 감정 연기,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속 전매특허 눈물 연기에 이르기까지. 손예진은 변화를 주저하지 않고 나아갔다. CF 속 예쁜 여배우에 안주하지 않고 20대 나이에 이혼녀, 파격연기까지 서슴지 않은 지난날의 노력은 손예진을 지금의 독보적인 위치에 자리하게 했다.

 


“내가 보는 눈과 관객이 보는 눈”


올해도 손예진의 한 해였다.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로 황무지나 다름없던 충무로 로맨스에 불을 지폈고,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로는 <연애시대> 이후 오랜만에 손예진표 섬세한 드라마 연기로 대중을 환호하게 했다. 하는 것마다 잘되는 비결을 묻자 특유의 반달 미소를 지으며 “운이에요”라고 답한다.


“망한 게 없다고요? 운인 것 같아요. 다행히도 제가 보는 눈과 관객의 눈이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제가 로맨스 영화가 그리울 즈음에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했고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가진 섬세하고 새로운 매력도 마찬가지고요. 물론 시대적 분위기, 배경도 도와줘야 하는 것 같아요. 특히나 영화는 촬영할 때만 해도 개봉 시기를 전혀 알 수 없잖아요. 그런 면에서 운이라 볼 수 있죠.”


손예진은 영화 <협상>(이종석 감독, JK필름 제작)으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유례없이 뜨거운 추석 극장가 유일한 현대극인 <협상>은 태국에서 사상 최악의 인질극이 발생하고, 제한시간 내 인질범 민태구(현빈)를 멈추기 위해 위기 협상가 하채윤(손예진)이 일생일대 협상을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한국영화 최초로 협상을 소재로 한 <협상>은 인질범 민태구(현빈)와 협상가 하채윤(손예진)의 팽팽한 기싸움만으로도 ‘미친’ 몰입도를 선사한다.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엄청난 긴장감과 몰입감에 압도됐어요. 정말 매력적이었죠. 영화는 시나리오가 지향하던 방향은 같되 매력이 더 풍성해졌더라고요. 신인 감독님이라 사전 정보가 없으니 우려되는 지점도 있었지만 전 무엇보다 솔직하고 친근해서 좋았어요. 저도 솔직하고 감독님도 솔직하니까 얘기가 통했죠. 가령, 감독님이 첫 촬영 때 ‘예진 씨, 자연스럽게 연기해주세요’라는 디렉션을 주시더라고요. 이건 정말이지 배우한테 해선 안 될 얘기거든요. 배우가 감독에게 ‘감독님 연출 좀만 더 잘해주면 안 돼요?’라고 말하는 것과 같아요.(웃음) 그 얘길 듣는 순간 모두가 얼어버린다고요. 감독님께 이런 얘길 솔직하게 말씀드렸더니 ‘아, 그런 거예요? 몰랐어요’라고 하시더라고요. 하하. 감독으로서 굳이 얘기 안 해도 될 힘든 지점도 모든 걸 솔직하게 털어놓으시니까 오히려 편했고, 끈끈해졌어요.”

 

 


현빈은 ‘빈 씨’, 손예진은 ‘손 배우님’


<협상>의 주인공 손예진과 현빈은 1982년생 개띠 동갑내기다. 협상가와 인질범으로 생애 첫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촬영 내내 말을 놓지 않았단다. 손예진은 현빈을 빈 씨, 현빈은 손예진을 손 배우님이라고 불렀다고. 그 이유를 묻자 후배 배우에게도 말을 쉬이 놓지 않는 현빈 성격 덕분이었다고 한다.


“현빈 씨와 적으로 처음 호흡을 맞추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죠.(웃음) <협상>은 이원촬영으로 진행해서 각자 세트장에서 동시에 연기를 해야 했어요. 상대가 어떤 결의 연기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진행되는 동시 촬영이라 쉽지 않았지만 그 낯선 느낌이 오히려 날것 그대로의 연기를 끌어냈어요. 촬영할 땐 현빈 씨 연기를 작은 모니터로만 봐서 디테일한 부분까지 보진 못 했는데, 완성본을 보고 감탄했죠. 손동작 하나까지 철저하게 계산해서 연기한 게 보이더라고요. 대단한 배우 같아요. 다음엔 꼭 멜로로 만나고 싶어요.”


손예진과 함께 작업한 배우, 감독, 스태프 모두 그를 명쾌하고 똑똑한 배우라 말한다. 괜한 트집, 감정기복, 예민한 성격은 손예진과 거리가 멀다.


“일상생활이나 현장에서 상대방과 이견이 생길 때 전 굳이 트러블을 만드는 편은 아니에요. 이 일을 오래하면서 상대의 마음을 잘 읽는 능력이 생긴 것 같아요. 상대가 원하는 걸 일단 들어줄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일하다 보면 제 주장을 고집스럽게 밀고 나가야 할 때도 있긴 하지만요. 가장 좋은 건 주거니 받거니가 되는 거죠. 내 이야기를 할 줄도 알아야 하고, 상대방 이야기를 들을 줄도 알아야 하죠. 저는 일단 잘 듣고, 잘 관찰하는 편이에요.”

 

 


일상의 면면은 외롭다!


손예진은 ‘주거니 받거니’가 잘되는 감독으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안판석 PD를 꼽았다. 손예진의 공기 속에 부유하던 생각을 명확히 표현해준 것도, 정립하지 못했던 관점을 정리해준 것도 모두 안판석 PD였다.


“저랑 개인적 성향이 가장 비슷한 분은 안판석 PD님 같아요. 마음속으로 정리되지 않던 생각, 지향점을 감독님이 딱 정리해주신 순간이 많아요. 감독님을 만나고 공기 중에 떠다니던 생각이 정리되는 신기한 경험을 했어요. 이런 호흡이 작품에도 고스란히 드러났던 것 같고요.”


필모그래피에 공백 없이 달려온 손예진은 카메라 밖에서는 어떤 모습일까. 여행, 운동, 집순이, 맛집 탐방. 보통의 30대 여성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상을 보낸단다.


“쉴 땐 해외여행을 자주 가요. 곳곳에 아는 분들이 있어서 함께 맛있는 것 먹고 산책하면서 힐링하죠. 한국에 있을 땐 일과 중에 운동이 빠지지 않고 들어가 있고요, 집에서 영화 보고 책 읽고, 소파에 하루 종일 누워 있을 때도 있고요. 마사지도 받고, 관리도 받으러 다니고요. 10년째 매일 같은 스튜디오에서 필라테스를 하고 있는데, 전 먹는 걸 너무 좋아해서 운동은 꼭 해야 해요. 쉴 때까지 식단 관리하면서 다이어트하진 않아요.”


인터뷰 말미 그에게 스캔들 없는 비결을 묻자 “안 걸리게 잘 만나는 것뿐”이라고 농을 친 뒤, 그만큼 일상의 면면은 얼마나 외롭겠냐고 되물었다.


“저한테 큰 굴곡 없이 살아왔다고 말하는 분도 있는데,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제 안에서는 끊임없이 감정의 굴곡이 있었어요. 힘들었던 순간이 많았죠. 늘 감정을 써서 연기하다 보면 진짜 제 모습이 어떤 건지 헷갈릴 때가 있더라고요. 누군가는 손예진은 친절하다고 하고, 누군가는 손예진이 까다롭다고 하고. 작품 속 캐릭터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모습과 역할도 매번 다르니 더더욱 그렇죠. 다행스러운 것은 작품으로 상처를 받기도 하고 치유를 받기도 하는데, 올해는 모든 작품이 치유의 작품이었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워요. 작품으로 감정을 소비만 한 게 아니라 치유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사진(제공) :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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